김 씨는 “통영 시민들에게 도움만 받았다. 그러니 자리를 잡게 됐고. 화장품 외판 사원, 대리점 운영 등도 경험했다. 화장품 영업 사원들과 함께 거제와 고성, 통영 곳곳에 화장품을 팔고 다녔다. 주민들과 서호시장 상인들의 도움 없이는 현재의 경북상회와 저희 가족은 존재하지 않았을 정도이다”며 “받은 사랑을 되돌려 주고자 더욱 노력하고 있다.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했다.

 서호시장을 기점으로 살아온 부부의 공동체 삶의 원칙이 빛이 났다. 장사하면서 맺게 된 인연들, 오랜 단골들, 서호시장 상인들과 함께 반세기를 살아왔다. 김 씨는 32살 나이에 23살 윤상연씨와 결혼한다. 부인은 거제 전화국 직원으로 근무했고 언니의 화장품 대리점 운영 등 택배 업무를 돕다 남편을 만나게 된다.

슬하에 아들 형제가 있다. 큰 아들은 거제 무량한의원을 운영하고 작은 아들은 경기도 부천에서 안과병원을 경영하니 자식 농사도 잘 지었다.

 김 씨는 당시 나도나 피어리스 주단학 등 당시 인기를 누리던 화장품 판매 대리점을 3년간 운영하다 서호시장 그릇 가게를 연다. 대리점 경영 당시 뿌린 거래처와 단골손님들을 한꺼번에 잃게 되는 시련도 겪는다.

그간 영업 비용을 건질 수가 없었기에 법률 자문을 구했고 소송대신 협의를 통해 큰 손해를 보고 대리점 운영에서 손을 뗀다.

경북상회 그릇 판매에서는 새로이 시작한다. 물건 마진을 줄이고 성실과 신용으로 승부를 걸었다. 개성상인들처럼 최소한의 마진이지만 박리다매를 택한다.

경북상회도 최저 500원부터 물건부터 최고 20만원까지 다양한 생활용품을 한 곳에서 팔고 있다. 10평 남짓 한 공간에 수천 점의 용품들이 빼곡히 들어차있다. 샴푸를 담는 목욕탕용 바구니에서부터 빗자루를 비롯한 생활용품들이 가득하다.

김 씨는 “마진을 적게 보고 싸게 나가는 그릇 판매가 37년간 이어졌다”며 “수산업체와 교육 단체, 섬 주민들과 서호시장 상인들의 도움으로 지금의 경북상회가 존재하게 됐다”고 했다.

마진은 내리고 신뢰를 올렸다. 통영과 거제 고성의 수산업체 직원들이 울산과 포항 부산 등지로 자리를 옮겼지만 그간 쌓은 신뢰가 이어져 각 대도시에서도 주문이 들어왔다. 사람을 믿기에 가능한 사업 노하우가 빛을 발했다.

외상을 내준 덕에 도산에 수산업체의 2억 원 가량의 빚도 받지 못한 적이 있다. 지금도 부도난 수표를 가지고 있는데 수산업체에 요구하지도 못한 채 소유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수산업체는 끝내 부도가 나버린다. 외상값 달라는 소리도 일부러 하지 않고 품에 지녀왔지만 싫은 소리 내색하지 못했다.

윤 씨는 서호시장 상인회 감사를 맡아 적극 참여해 왔다. 이제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북포루 1시간 등산에 나서고 주변 상인들과 허물없이 지내고자 한다.

윤 씨는 “30년 전 서호시장의 부흥이 다시 오기를 바라죠. 섬주민들은 적어졌지만 부쩍 부쩍 손님들이 많이 오가는 기억들이 다시 현실로 왔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경북상회는 37년간 서호시장의 그릇과 용기 생활용품들을 판매해 오면서 서호시장과 함께 성장한 서호시장의 역사다.

홍경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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