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숙(61) 중앙시장 ‘맛죽집’ 어머니는 눈물 한 방울로 가족이야기를 풀어냈다. ‘죽’을 논하다 괜스레 ‘가족’을 끌여들이는 우를 범해 웃으면서도 눈물 한 방울 흘려줄주 아는 어르신이었다.

중앙시장 맛죽집은 서호시장 죽집들과도 양대 산맥을 이룬다. 서민적인 음식이지만 정성은 최고급이며 값은 저렴하지만 건강식으로 인해 인기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중앙시장 맛죽집에서 판매하는 빼떼기죽, 깨죽, 녹두죽, 팥칼국수는 통영산 야채와 채소류를 사용한다.

빼떼기죽은 욕지도 고구마를 이용한다. 죽집 입구에 말린 빼떼기가 가득하다. 젊은 층들도 즐겨 찾는 죽집. 3평 반 남짓한 공간에서 움직이고 있다.

중앙시장 35년 살아온 이영숙 어머니. 죽집 터를 잡은 지는 2002년 시작했으니 12년이 흘렀다. 욕지도 고구마 빼떼기죽이 입안에서 사르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버린다.

중앙시장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2일장과 7일장 상인들, 단골들이 즐겨 찾는 장소이다. 주문이 들어오면 단 1분만에 두 개의 그릇이 떡 하니 차려진다. 물김치와 죽이 담긴 그릇이다.

찰나인 1분이지만 실제는 한 시간 이상 우려내는 정성이 없으면 나올 수 없는 내공이 필요하다.

이 죽을 끓여내기 위해 어머니는 새벽 6시에 출근하고 오후 6시 퇴근하면서 장도 보고 맛도 유지하는 셈이다.
 
통영산 고구마, 팥, 호박을 삶고, 썰고, 갈아야 제맛이 우러나오니 부지런하다. 저어야 되고 쌀을 불려야 되니 그 노고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가족이야기를 들어보면, 큰아들 정일응씨는 미국 시카고 등 14년을 해외근무하다 귀국해 수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결혼식을 올린 후 중소기업에 다니기 시작했다. 2002년 남편인 정인대(70)씨와 이영숙 부부는 큰아들 덕으로 미국 LA에서 15일간 여행한 바 있다. 귀국 전 부모사랑을 행동에 옮긴 큰아들이라며 눈물을 훔친다.

둘째아들 정성기(35)씨는 해군 중사인 현역 군인으로 진해해군기지에서 근무하고 있고 큰 딸은 20살에 시집가서 이제는 대학생이 된 외손자를 보여주니 죽집에서 눈물을 흘릴만큼 울컥했으리라.

남편인 정인대 어르신은 1968년 김신조 간첩일당이 침입한 그 당시 현역 군인이었고 간첩사건으로 인해 군 복역 기간이 1년간 길어졌고 안타깝게도 부상을 입고 국가유공자 혜택을 입고 있다. 군 제대 후 결혼식을 올렸단다. 통영 재향군인회 행사에도 빠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죽은 2,000원~3,000원 사이이지만 단골들은 2,000원 어치만 내달래는 분도 있으나 주인장은 군소리 없다.

통영의 여러 행사장과 장례식장, 관광지에서 어르신들이 즐겨 찾으니 주문도 제법 들어온다.

김동진 시장의 부인인 故 이용미 여사 빈소가 마련됐을때도 이곳에서 죽이 만들어질 만큼 맛은 인정받고 있다.

요술당나귀 라마, 동피랑에 살고 있는 젊은 예술 청년도 여자친구(?)와 가끔 찾는다는 특종(?)을 준다. 어머니의 죽은 정성이지만 긴 역사를 단 한줄기 눈물로 대신해줄 만큼 가족 사랑이 녹아 있다.

주문은 055)643-5666 로 하면 된다.

홍경찬  64440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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